한 순간도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아침에 일찍 눈을뜨고 짐을 정리하고 곧장 나갈 준비를 했다. 이때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행을 가면 유난히 부지런을 떨고 싶어하는 성격이 되어버린 것 같다. 평소보다 더 힘든데, 더 일찍 일어나고 싶어지고, 평소보다 더 할 일이 많은데, 더 많이 소화하게 된다. 오늘은 아마도 '첫' 호텔 조식을 먹는다는 기대감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호텔 조식 뷔페였다. 일본 답게, 깔끔하고 정갈한 음식들, 찰기 있는 쌀밥과 간장과 가쓰오부시가 얹어진 두부와 미소된장국. 토종한국인인 나에게 더할나위 없이 좋았던 아침식사였다. 오전 일찍 처음으로 간 곳은 일본 최고의 대학 동경(東京)대학교. 굳이 한국으로 치면 서울대 이상의 위상을..
중학교 시절 호주에 한 달 간의 홈스테이 이후에 떠나는 첫 해외여행이었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독도 분쟁, 애니메이션 강국, 튼튼하고 기능이 다양한 전자제품, 온천, 사무라이 등등.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나라이지만, 세계 초 강대국이자 선진국인 일본. 당시 전자공학을 전공하던 나에게 있어 일본의 방문은 가장 큰 기회이자 해외여행에 눈을 뜨게 된 역사적인 계기였다. 공부하는 목적과 비전을 확립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확신했으나, 여행에 눈을 뜨게 된 가장 확실한 계기가 되었지 ... 당시 대학교 2학년이던 나는 한창 학생회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학술연수의 존재자체도 모르고 있다가, 선배 한 명의 부재로 대신해서 참석하게 되었다. 얼떨결에 조인을 한지라, 내가 가장 막내..
장장 5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을 거쳐 도착한 알마티 시내. 어떤 인연이든 헤어짐의 순간은 아쉽겠으나, 2박 3일간 함께해 준 타냐와 로만이 정말 고마웠다. 이렇게 동행식으로 1 on 1 가이드 해 본 경험은 또 처음이라 신기하기도 했고 말이다. 내가 오늘 카자흐스탄 호텔에 묵는다고 하니, 친절하게 여기까지 데려다 주는 서비스까지~ ㅎㅎ 이렇게 나름 알마티의 상징이라 불리는 카자흐스탄 호텔에 도착 1977년에 지어진 50년이 다되어가는 호텔이지만, 나름 4성급의 호텔이고 진도9에도 견딜 수 있는 내진설계가 되어 있다고 한다. 깔끔한 멋도 좋지만, 이런 오래된 느낌이 주는 편안함도 좋은 것 같다. 호텔의 외관은 변경과 리모델링이 쉽지 않겠으나, 내부는 그래도 나름 현대적인 느낌으로 인테리어가 되어있다. 호텔..
어제 불같이 돌아다니고 불같이 잠들어서 새벽 이른시간에 눈이 저절로 떠졌다. 회사다니면 맨날 늦잠자고 싶은데, 여행에서의 잠은 1분 1초가 사치처럼 느껴지는 건 나만의 국룰... 눈뜨자마자 밖을 나섰는데, 아직 안녕을 고하지 않은 새벽 별빛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어제 그 자리에 있던 별들인 것 같은데, 너무너무 아름다웠다. 시골집의 흔한 아침풍경인데, 전혀 이질적이지 않다. 닭이 울고 개가 짖고 굴뚝에는 연기도 피어오른다. 흡사 우리나라 시골이라 해도 믿을 법한 모습들이었다. 이제 아침이 가까워지고 들이치는 햇빛을 맞으며 홍차 한 잔 하기.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대자연 카테고리인 '호수'를 방문하는 날인데, 벌써부터 흥미진진하다. 거점 마을인 사티를 중심으로 왼쪽으로 가면 카인디 호수가 있고, 오른쪽으로..
눈을 떠보니 열려있는 창문으로 아침의 쌀쌀한 공기가 들어왔다. 어제 맥주를 완병하겠다는 목표보다는 피곤해서 좀 더 자야겠다는 욕구가 강했는지, 맥주를 남겨둔 채 (세상에나!) 창틀위에 저렇게 올려두고 잠이 들었다. 그래도 남아있는 맥주는 차갑게 유지시키겠다고 저렇게 창문을 열고 잔 것 같다. 거실로 나가니 이미 저렇게 아침이 준비되어 있다. 부드러운 빵과 샐러드, 그리고 속이 꽉찬 만두 같은 음식도 있었다. 정확히 뭐를 베이스로 한 속인지는 잘 기억이 안나는데, 그냥 만두같다고 생각하고 먹었던 것 같다. 오늘도 신나게 덜컹거리는 오프로드를 달린다. 어제 타냐가 농으로 말했던 Natural Massage는 오늘도 계속되었다. 밤에 잠이 잘 오는 이유도 하루종일 이런 마사지를 받아서 일까...? 로만은 정말..
상해에서의 4일차. 여전한 이 더위는 전혀 적응하지 못했다. 숙소의 에어컨을 풀로 틀어두고 잤음에도 아침에 아주 조금만 움직이면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힌다. 바깥의 이글거리는 모습만 봐도 땀이 삐질삐질 흐르고 숨이 턱 하고 막혔다. 그래도 나름 여행이니까 나도 조금은 서정적이고 싶은데, 이런 날씨는 여행이 생존의 문제로 바뀌어 버린다. 일단 여행 계획은 세웠고, 다른 친구들이 기다리니까 아침 일찍부터 숙소를 나섰다. 다른 친구들도 똑같은 마음이었으려나 ㅠ_ㅠ 중국에는 크고 작은 절들이 굉장히 많다. 아시아 권 나라를 많이 다녀보면 알겠지만, 여행하면서 이런 절들을 흔하게 만나볼 수 있다. 정안사는 개중에서도 상해의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있는데, 이 때문인지 '중국에서 가장 비싼 절'로 평가받고 있다. ..
3일차는 자유여행 하는 날. 나름 상해 안에서도 원데이 패스로 돌아다닐 수 있는 티켓을 팔고 있었던 것 같다. 오늘은 어울리지 않게 무슨 박물관을 간다고 일정을 잡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괜히 갔다는 생각밖에 안드네... 한국에서도 잘 안가는데... 인민광장? 이라는 곳에 바로 보이는 상해 박물관. 일단 일본여행 같은걸 하면서 기대할 수 있는 여행객을 위한 편의는 일단 없었다. 모든 것이 중국어로 되어있어 이해 난이도가 최상이고(물론 오디오 가이드 했다면 모르겠지만...), 상해의 역사에 대해 전체적으로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일단 넷 다 이런 역사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도대체 왜 이렇게 여행코스를 짰는지 모르겠다 ㅋㅋ;; 그래도 나름 규모가 있는 곳이라 다 둘러보는 데 2~3시간 정도 걸린다는..
어제 과음을 하지는 않았으나 하루 온종일 돌아다녔던 탓에 둘 다 피곤했는지 적당한 늦잠을 잤다. 우리가 묵었던 방은 남향의 통창이 나 있었는데, 아침에 눈을 뜨니 챠르르 커튼 밖으로 옅은 아침이 들이쳤고, 그 사이로 눈이 내리고 있었다. 눈을 잠시 즐기고 싶었고, 아침을 너무 빠르게 시작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제 저녁에 사 두었던 메론맛 환타로 아침을 시작해본다. 예전에 오사카에 놀라갔을 적에 고등학교 동창인 흥진이를 만난 적이 있었는데, 일본 와서 뭘 먹었냐는 질문에 주저리주저리 답변 했더니 아직도 메론맛 환타를 마셔보지 않았냐고 잔소리를 들었다. 곧장 마트에 가서 메론맛 환타를 사서 마셔봤는데, 이게 왠걸... 도대체 왜 한국에 없는건지... 밖을 나서니 눈은 멈추고 타카야마의 목가적인 분위기가 가까..